단조로운 길을 축 처진 어깨로 무겁게 걷던 아이들에게 빗줄기와 심벌즈 소리 같은 사소한 자극이 찾아옵니다. 이 최초의 터치들은 아이들의 무뎌진 감각과 잠든 몸을 깨우며 마음속 두근거림을 일으킵니다. 발걸음에 활기를 얻은 아이들은 씽씽 달리고 콩콩 뛰어오르며 점차 거침없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다채롭게 변화하는 길 위에서 아이들은 마침내 꽃으로 만개하고,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는 새가 되어 날아오릅니다. 온몸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얼굴에는 당당한 기쁨이 가득합니다.
엄마가 떠난 빈자리를 가슴에 안고 간이로 마련된 작은 방 한 칸에서 아빠와 함께 겨울을 나는 태수의 나날을 담아낸 이야기, 『겨울나기』. 이 책은 전작 『편의점』, 『그 형』을 통해 담담한 문체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 온 이영아 작가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태수의 겨울나기가 우리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잊어버린 겨울이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뼛속까지, 가슴속까지 에이는 겨울을 나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태수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그 감각을 전달받으며 우리는 태수와 함께 겨울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겨울나기(개정판)|고래뱃속 창작동화(작은 고래의 바다 17)|이영아 글·이소영 그림|2026년 5월 18일|14,500원
한여름 더위를 견뎌 내고 달콤한 귤이 익어 가듯이 관계 또한 길고 지루한 시간을 지난 뒤에 더 단단해진다는 의미도 담겨 있죠.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는 한 존재를 살게 합니다. ‘귀엽다’는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두꺼비에게는 세상에서 처음 받은 환대 같은 거예요. 자신을 미워하던 존재가 스스로를 받아들이며 자신도 괜찮은 존재일지 모른다고 느끼게 돼요. 누구나 송이 같은 구원자가 될 수 있어요. 내가 한 따뜻한 말이 예쁜 꽃으로 피어나는 순간을 맞이해 보세요.
산짐승들이 농작물을 해치고 귀찮게 하지만 어쩌면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보다 더 친근한 이웃 같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슬픈 이야기도 웃기게 쓰자.” 제가 글을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마지막에 책을 덮으며 피식, 웃음이 나오는 그런 동화를 쓰려고 노력합니다......가을걷이가 끝난 배추밭에 좀 덜 자란 것들을 그대로 두는 아버지에게 이유를 물으면 “겨울은 나야지.”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고라니며 멧돼지 때문에 못 살겠다면서 늘 투덜거리던 아버지가 그 말을 할 때 알았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 모습을 재미있게 써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