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낯선 곳에서 눈을 뜬 순간 삶은 시작됩니다. 서서히 몸과 마음이 자라고 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관계를 맺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함께 살아갑니다. 소중한 것들을 위해 힘을 쏟는 동안 나이가 들어 가고 어느새 함께했던 이들이 하나둘 떠납니다. 마침내 자신도 생을 마칠 시간이 찾아옵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랑하고 늙어 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생의 장면들을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오래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지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그 지도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는 거예요.
오랜 시간이 흐르고도 마음 구석에 붙박이장처럼 자리를 차지한 책이 있어요.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과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줄무늬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가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으며 오르던 ‘애벌레 탑’을 포기하고 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린 우화이고, 『오래된 미래』는 서구식 세계화와 개발 논리가 평화로운 라다크 공동체를 파괴하는 과정을 담은 사회 과학 책이에요. 이 두 책이 제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뿌리를 내리고 이야기라는 싹을 틔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