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엄마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 다니는 명아. 그런데 엄마가 주인인 가게에도, 평소 엄마가 잘 다니던 골목골목에도, 터덜터덜 발을 끌며 돌아간 집에도, 그 어디에서도 엄마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밤 아홉 시 종이 땡, 하고 울리자 엄마는 보란 듯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 슬며시 올라가 있는 입꼬리, 움찔움찔 현란한 손놀림이 뭔가 수상합니다.
삶이 한없이 무거워지는 날에는 나의 할머니이자 우리 모두의 할머니, 순례 씨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힘겨움이 없지 않았고 슬픔이 없지 않았던 긴 세월을 지나왔지만 순례 씨의 일상은 늘 정성스럽고 반듯하고 건강합니다. 인생이라는 바람 앞에 버리고 받아들이며 순례 씨의 영혼은 가볍고도 강인합니다. 순례 씨는 왜 사냐고, 무엇을 이루겠냐고 묻는 법이 없습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가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행복해지는 법을 물려주었습니다. 노년을 남은 생이라고들 하지만, 오늘은 오늘 딸 고추가 열리듯 순례 씨의 삶도 지금 가장 빨갛게 살아 있습니다.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돼. 예쁘고 사랑스러운 순간보다 부서지고 어그러지고 할퀴고 상처 입히는 날들이 많다고 해도 작고 작은 네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커다란 이 빈 공간이 모두 채워지는 마법. 온기, 서로가 존재 자체로 선물이 되는 이 계절.
저는 감사하게도 제 앞에 놓이는 음식에 담겨 있는 손길과 마음과 시간 같은 것들을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우리가 마주하는 밥 한 상에는, 이 한 상을 이루기 위해 거쳐온 모든 이들의 손길 하나하나와 피땀이 서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손길과 시간이 모이고 어우러져 혀끝에 녹아나는 ‘맛’을 이루지요. 오늘은, 그와 같이 정성된 맛이 녹아 있는 ‘영혼의 밥상’ 하루 레시피를 함께 나눠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