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새벽 깨끗한 공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아직 채 어둠에서 깨지 못한 푸른 새벽에는 은은한 묵향이 서리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밤새 그린 그림에서 묻어 나오는 향이지요.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새벽 숲을 향해 나아갑니다. 걷는 걸음걸음 조심스러운 발끝에 닿는 가벼운 바람과 시선 끝에서 날아오르는 학의 날갯짓이 모두 나의 눈과 마음에 담깁니다. 깨끗한 벼룻물 앞에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선과 색을 깨워냅니다. 영원을 염원해 온 오랜 조상들의 소망은, 아버지의 손끝에서 새로이 피어나는 ‘십장생도’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사람들 말소리에 지쳐 있었을 때였어요. 다 소음이고 공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그즈음, 집에서 가까운 천변을 혼자 걸으면서 새와 바람과 나무들과 대화를 했어요. 생명체들의 소리를 들으며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씩 치유됐던 기억이 있어요.” “아이들이니까 미운 모습도 귀여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리지만 부드럽고 변화에 유연하잖아요.”
살다 보면 커다란 고비나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예상치 않게 찾아올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내일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힘들 것을 알면서도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바라던 내일을 만드는 열쇠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 책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께도, 결국에는 도끼질을 멋지게 성공한 아들처럼 뜨거운 여름날을 닮은 순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유는 모르겠지만 ‘빵 굽는 일’에 이상할 정도로 매혹되곤 했답니다. 갖가지 재료들이 합쳐지고, 뭉쳐지고, 새로운 모양으로 빚어지고 구워지면 처음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재탄생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꼭 마법처럼 느껴져서였는지도 몰라요.